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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주의 깃발 높이 든 자들 조심하라!: 내로남불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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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11-06 11:25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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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도덕 선생님’을 만난다. 텔레비전 화면 속 정치인부터 기업의 임원, 소셜미디어(SNS)의 유명 인사, 심지어 매일 얼굴을 맞대는 직장 상사나 이웃에 이르기까지, 세상에는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는 이가 넘쳐난다. 저마다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을 추구하는 DEI나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을 외치는 사람은 타인의 사소한 말실수나 도덕적 허물에 서슬 퍼런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도덕주의의 깃발을 가장 높이 들고 목청을 높이던 이가 머지않아 가장 치사하고 추악한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변해 뉴스에 등장하는 장면을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자기 자신이나 자기 편의 허물에는 온갖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 이른바 ‘내로남불’이다. 왜 거룩한 도덕의 깃발을 높이 든 자일수록 더 쉽게 내로남불의 늪에 빠지는 걸까?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인성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보편적인 심리 기제와 집단적 도덕 담론이 맞물리며 나타나는 위험한 역설이기도 하다.
    심리학에는 ‘도덕적 면죄부’ 혹은 ‘도덕적 라이선스(Moral Licensing)’라는 개념이 있다. 인간은 자기를 좋은 사람이라고 느낄 때 오히려 이후에 부도덕하거나 이기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론이다. 우리 속담에 비유하자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랄 수 있는 면허증’이라고나 할까.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자 모닌(Monin)과 밀러(Miller)의 유명한 실험이 있다. 연구진은 참가자에게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을 반대하는 명확한 도덕적 선택을 하도록 유도했다. 그러자 자신의 도덕적 올바름을 증명한 참가자는 이후의 채용 평가에서 오히려 차별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이미 스스로 ‘올바른 사람’이라는 면죄부를 획득했기 때문에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에 너그러워진 것이다. DEI나 PC 슬로건을 외치고 도덕적 깃발을 높이 든 사람도 이런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소수자를 보호하고, 공정을 추구하는 훌륭한 운동을 하고 있다.” 그들의 이러한 강한 자의식은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의 언행 불일치나 이중성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면죄부가 된다. 내가 저지른 반칙은 ‘더 거대한 정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남이 저지른 반칙은 ‘용서할 수 없는 악’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면 어둠을 타인에게 씌우는 투사와 과시
    분석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은 인간의 마음속에는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어두운 욕망, 즉 그림자(shadow)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탐욕, 이기심, 잔인함, 편견 같은 것이다. 자신을 지극히 도덕적이고 올바른 존재로 포장하려는 사람일수록 자기 내부의 이 그림자를 직시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자기 안의 그림자를 부인할 때 일어나는 심리 현상이 바로 투사(projection)다. 내 안의 어두운 욕망을 타인에게 뒤집어씌우고, 그 타인을 격렬하게 비난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순결함을 증명하려는 메커니즘이다. 중세 마녀사냥에서 마녀를 색출하고 처형하는 데 앞장섰던 광신적인 재판관 중에는 스스로 성적 욕망이나 탐욕에 시달리던 이도 적지 않았다. 내면의 죄의식을 견디지 못해 외부의 불쌍한 희생양을 향해 엄격한 도덕의 칼날을 휘두른 것이다. 현대의 PC 담론이나 DEI 운동이 교조화될 때 나타나는 극단적인 비난 문화 역시 이와 닮아 있다. PC 담론에 부합하지 않는 타인의 작은 발언이나 실수를 찾아내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캔슬 컬처(cancel culture)’의 선봉에 선 이들을 보라. 그들은 어쩌면 타인을 단죄함으로써 자기 안의 도덕적 결함과 불안을 은폐하려는 심리적 투사를 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SNS와 미디어 환경은 ‘도덕적 과시(Moral Grandstanding)’를 적극적으로 부추긴다. 도덕적 과시란 실제로 정의를 실천하기보다 자기가 얼마나 도덕적으로 우월한지를 남에게 보여주어 사회적 지위나 인정을 얻으려는 행위다. 이들을 ‘깨어 있는 시민’이란 뜻의 ‘깨시민(Woke)’이라고 한다. “나는 이렇게 올바른 편에 서 있다!” 깨시민의 이러한 선언이 집단 내에서 승인과 찬사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 결과 실천은 사라지고 도덕적 구호만 남을 수 있다. 겉으로는 포용과 다양성을 부르짖지만, 정작 조직 내의 실질적인 구조 개선이나 고통스러운 희생은 외면하는 기업도 많다. 다양성, 인권과 사회적 포용에는 실질적 관심이 없는데도 상업적 이미지만 챙기는 핑크워싱(pinkwashing)이나 친환경 흉내만 내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 대표적인 사례다.
    더 큰 문제는 집단적 순응이다. 어떤 조직이나 집단이 도덕주의의 깃발을 높이 들면 그 안에서는 비판적 질문이나 다른 의견이 봉쇄된다. 조금이라도 깃발의 방향에 의문을 제기하면 곧바로 ‘악’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복(Whis-tleblower Retaliation)’은 언제나 집요하고 저열하다. 결과적으로 구성원은 자신의 내면적 모순을 숨긴 채 표면적인 도덕적 구호만 외치게 되고, 이는 집단 전체가 내로남불에 빠지는 비극을 낳는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 공정, 평등 등은 그 자체로 매우 귀중한 인류의 자산이다. 그러나 이것이 남을 공격하기 위한 칼이자 자신을 장식하기 위한 깃발로 변질되는 순간 도덕은 가장 지저분한 이기주의의 도구로 전락한다.
    *역사가 증명하는 도덕적 순수주의의 비극과 함정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덕주의의 최전선에서 깃발을 높이 들었던 이들의 내로남불은 늘 역사적 비극을 초래한다. 중국 송나라 시절, 유학의 도덕적 순수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했던 성리학자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타인을 통제하려 했다. 그러나 정작 나라가 외세의 침략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엄격한 도덕주의자 상당수는 타협과 사리사욕으로 일관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도덕주의 구호가 얼마나 허망한지를 잘 보여준다. 서양의 프랑스 혁명기, 로베스피에르는 자신을 ‘부패하지 않는 자’라 부르며 도덕적 순수성을 혁명의 최고 가치로 내세웠다. 그는 오직 정의와 덕목을 강조하며 수천 명의 사람을 단두대로 보냈다. 하지만 그 끝은 무엇이었는가? 공포정치라는 이름의 극단적 이중 잣대와 광기였고, 결국 그 자신도 자기가 세운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다. 최근의 서구 사회에서도 DEI와 PC를 기업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던 수많은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사회운동가가 뒤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성추문, 자금 유용 등의 스캔들로 낙마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덕주의의 깃발을 더 크게, 더 높이 흔들수록 그 그림자 역시 짙어진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자기 자신을 도덕적 비판의 예외 지대에 두는 순간 인간은 누구나 내로남불의 괴물이 된다. DEI나 PC 그리고 온갖 도덕적 담론이 추구하는 본래의 가치, 즉 소수자에 대한 배려, 공정, 평등 등은 그 자체로 매우 귀중한 인류의 자산이다. 그러나 이것이 남을 공격하기 위한 칼이자 자신을 장식하기 위한 깃발로 변질되는 순간 도덕은 가장 지저분한 이기주의의 도구로 전락한다. 그러므로 누군가 당신 앞에서 거창하고 눈부신 도덕의 깃발을 들고 타인을 손가락질하며 훈계하려 든다면,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그를 경계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도덕적 우월감이라는 달콤한 포도주에 취해 있지는 않은지 경계해야 한다. 정작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타인을 향해 높이 들어 올린 거창한 도덕의 깃발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가만히 비추어 보는 작고 정직한 거울 하나다. 눈부신 도덕주의의 깃발 뒤에 숨어 타인을 단죄하는 자는 결국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기 마련이다. 화려한 깃발을 들고 세상의 어둠을 향해 소리치기 전에, 내 안의 어두운 그림자를 먼저 들여다보는 고요한 겸손함이야말로 내로남불의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하는 유일한 열쇠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짙어지듯, 도덕의 깃발이 높을수록 그 아래 놓인 인간의 모순은 더 깊고 어두운 법이다. (이코노미조선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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